지칭개

2024. 6. 1. 18:332024년나의봄 여름,야생화 나무들

꽃말 : 고독한 사랑

지칭개는 우리나라 농촌 들녘에서 아주 흔하게 관찰되는 터주식생(ruderal vegetation)의 대표적인 종이다.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돋아나는 줄기가 다발을 만들며, 몇 포기만으로도 넓은 면적을 덮을 만큼 큰 무리를 만들기도 한다. 지칭개는 무, 유채류, 밀, 오이 따위의 작물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는 원격현상(allelopathic effect)을 일으키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2) 그렇다고 제초제를 살포해서 제거할 정도로 작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밭 잡초는 아니다.

지칭개는 초가을부터 발아하기 시작해서 겨울동안에는 땅바닥에 바싹 붙은 로제트 잎으로 보낸다. 봄이 되면 로제트 한 가운데에서 속이 빈 줄기가 솟아오른다. 7, 8월이면 고사하며, 겨울을 포함해서 연간 10~11개월을 꽉 채우는 해넘이한해살이다. 지칭개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종자 발아율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3) 서식처의 수분환경이 양호하다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아주 왕성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건조한 장소에서는 살지 않는다.

지칭개는 꽃의 깃털이 2열로 배열하는데, 그 중에서 바깥쪽의 것이 안쪽의 것에 비해 있는 둥 마는 둥 하다. 속명 헤미스텝타(Hemistepta)는 그러한 ‘더벅머리 모양’의 꽃봉오리를 표현하며, ‘화관(steptos)이 반(hemi)’ 뿐이라는 의미다. 종소명 리라타(lyrata)는 고대 현악기 류트(lute) 모양(lyre-shaped)을 연상케 하는 잎에서 유래하는 라틴어다.

지칭개속에는 유일하게 지칭개 1종이 있으며, 엉겅퀴와 가장 가까운 속이다. 일본명은 키쭈네아자미(狐薊, 호계)라고 해서 ‘여우같은 조뱅이’라는 뜻이다. 한자 ‘계(薊)’ 자는 오늘날에는 삽주(Atractylis japonica)를 지칭하지만, 1517년 기록4)에는 ‘조방이(조뱅이)’로 번역하고 있다. 산지 숲속에 사는 ‘삽주(삽듀)’5), 향명으로 ‘沙邑荼(사읍도)’6)는 이미 15세기 초에 ‘백출(白朮)’에 대한 한글번역으로 정확히 기재되어 있다. 때문에 엉겅퀴 종류를 총칭하는 한자 ‘계(薊)’ 자와 혼동할 이유가 없다

 

지칭개와 ‘조방(뱅)이’는 언듯 보기에 꽃이 많이 닮았으나 다르며, 잎 모양은 아주 많이 다르다. 닮았지만 의심스럽다는 뜻을 가지는 경우에 식물이름 속에 한자 여우 호‘(狐)’ 자가 포함되기도 한다. 엉겅퀴나 조뱅이 종류와 닮았으나, 지칭개는 가시가 없고, 야생동물들에게 약이 되지는 않는다(엉겅퀴 참조).

지칭개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는 고유종이지만, 일본에서는 농경문화와 더불어 전래된 고귀화식물(Archeophyten)로 분류한다. 지칭개는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풀이 아니며, 이름 ‘泥胡菜(니호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방 사람들이 먹는 나물이란 의미가 있다.

지칭개는 엉겅퀴 종류로 착각할 만한 들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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